은행 계좌를 트러 가 보기도 했다. Bank One이라고 큰 은행이라는데 미국은 주가 바뀌면 수수료가 $1 ~ $2 정도로 비싸지기 때문에 계좌를 바꿔야 한단다. 한국과 달라 참 생경했던 것이, 접수 번호표를 받고 창구가 보이는 곳이 아닌 별도의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은행 전체의 조명 수는 엄청 많았지만 간접조명이라 뭔가 어두운 곳[각주:1]에 처박히는 느낌이 들어서 우스웠다.
한참을 기다렸음에도 건엽형이 아파트만 정해지고 전화를 아직 놓지 않았으며 I-20[각주:2]를 받지 않은 상태라 계좌 개설을 거절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John Hancock Center에 갔는데 전망대 입장권을 사려니까 직원이 'Zero-view'라며 표를 팔지 않겠단다. '제로 뷰'가 무슨 말인지 몰라 재차 물으니까 손으로 0을 나타내고 눈으로 보는 시늉을 하며 안개가 끼었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전망대에 올라가 봐야 보이는 게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You couldn't even get close to seeing the top of the building. People who paid money to go to the top were surely disappointed.
결국 뒷자리의 아주머니가 버스 기사에게 내 말을 전해 주었다. 그 아주머니의 발음을 듣고 나서야 interview〔〕를 [이너뷰]라고 하던 미국식 발음이 생각났다. 정말 저렇게 발음하는구나 싶었다.
요즘 들어 한국인은 미국인 본토 발음을 할 필요는 없지만 자음은 제대로 명확히 발음해 줘야 함을 절감하는데, interview 같이 발음기호만으로는 실제 발음을 제대로 알기 힘든, 정확히 말하자면 같은 발음기호 놓고 지역마다 두드러지게 달리 발음하는 경우는 별 요령 없이 고생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이나 미국이나 못 알아 듣는 사람은 유독 못 알아 듣는다. ESL 강사들처럼 한국인의 영어를 잘 알아 들어주길 바라는 건 무리지만 최근에는 멕시칸이나 인디언 발음 알아 듣는 정도로 한국인 발음을 알아 듣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고 하니[각주:2]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겠다. 자신 있게 의견을 피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마도 "He said 'John Hancock Center.'"라고 했겠지. [본문으로]
비영어권 나라, 예를 들어 유럽 사람들은 한국인의 영어를 잘 알아 듣는 편이다. 영국 사람은 내가 만난 적이 없어 모르겠다. [본문으로]
Jackson street를 한나절 헤매고 다녔다. 그야말로 정처 없이. 똑같은 도심이긴 하지만 뉴욕과는 정말 다르다. 덜 부산스런 느낌이랄까.
불현듯 1 day pass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봤는데 Amtrak station의 tickets에서 팔 줄이야. 우리 식으로 치면 서울역 기차 승차권 매표소에서 시내버스 정기권을 파는 셈이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안내문이 없어서 broken English로 물어 물어 찾아 다녀야 했다.
Metra's Ogilvie Transportation Center, The Clinton CTA station with a Pink Line Train headed to the Loop, & an Amtrak train out of Union Station - Transit Hat Trick! - Taken From 540 West Madison Street - 23rd floor
Water Tower는 1871년 시카고 대화재 때 유일하게 살아 남은 건물이다. Catherine O'Leary의 소가 등불을 차 버리는 바람에 일어난 큰 사고인데 역사학자들은 누구 한 사람의 탓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한단다. (그런데 이 설명은 정작 Sears Tower 빌딩 전망대에서 보았다. 재미 있는 그림과 함께 시카고 대화재를 설명했다.)
외모보다는 행동 면에서 차태현을 닮았다. 자기 소개 후에 한 살 많다고 형 노릇을 하려는 행동이 밉상은 아니었고 활달하니 재미 있어 보였다. 게다가 배울 점도 많았다. 여러모로 철저한 여행 준비 와 효율적인 여행 자세를 듣고 보니 다분히 무계획적으로 다녔던 그간의 여행을 깊이 반성하게 되어 다음부터는 가계부도 꼬박 꼬박 쓰고 가급적 사전 조사를 하기 위해 애썼다.
참으로 부러웠던 게 이 형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녔다. 물론 횟수가 정해진 저가 패키지 상품이었다. 이것 저것 따지고 보면 결코 비싸지 않고 도시 간 이동에 시간 낭비도 없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펜타곤을 상공에서 보기도 했단다.
도무지 여행의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반은 의무감으로 다녔던 내게 그야말로 경종을 울렸다. 다음 여행지를 뉴올리언즈로 바꾼 결심이 확고해진 계기이기도 했다. 이젠 좀 재미 있게 다녀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은 역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외국인과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일단 한국 사람이라도 많이 만나는 게 여행의 맛이고 보람이라 하겠다.
애들러 천문대에서 시카고 도심을 바라 보자니 브루쿨린에서 뉴욕을 바라 봤던 때가 떠올랐다. 다른 게 있다면 인적이 드물어 신경이 좀 곤두섰던 브루쿨린보다 방문객들이 많은 이곳 느낌이 좀 느긋했달까? 도심에 사는 것보다 도심에 가까운 곳에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카고 거리를 꽤 오래 걷다 보니 예상보다 춥지 않아 의아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좀 추운 편이었는데 그에 비해 시카고는 바람만 불지 않으면 훈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위도 상으로 봐도 그랬고.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갔을 무렵에는 이상기온으로 연일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단다.